오십부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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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행동지도사, 내 반려견 없이는 딸 수 없는 자격증입니다

강아지와 오래 살아 본 분들은 압니다. 짖는 데는 이유가 있고, 산책 줄을 당기는 데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요. 그 이유를 읽어 주는 일이 이제 나라 자격증이 됐습니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입니다.

저도 관심이 생겨 공식 자격정보시스템을 열어 하나하나 읽어 봤는데, 시작하자마자 걸리는 대목이 있었어요. 실기시험장에 개를 데리고 가야 합니다. 그것도 아무 개나 안 되고요.

먼저 올해 일정부터 짚겠습니다

이 글을 오늘 읽으시는 분께 제일 먼저 드려야 할 말입니다. 2026년 접수는 이미 끝났습니다. 7월 1일에 열려서 7월 10일 오후 2시에 닫혔어요.

구분 날짜
필기 접수 7.1.~7.10. (마감)
필기 시험 9. 5. 토요일
실기 접수 9월 중 공지
실기 시험 10~11월 예정
최종 발표 12월 말 예정

필기는 9월 5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고, 입실 마감이 1시 30분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하시는 분은 내년을 보시는 게 맞아요. 공고가 올해는 5월 29일에 났으니, 내년에도 5월 말쯤 자격정보시스템을 들여다보시면 됩니다. 접수 기간이 열흘밖에 안 되니 그때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미 올해 필기에 붙으신 분은 내년에 필기를 다시 안 봐도 됩니다. 동물보호법 시행령에 1차 합격자는 같은 등급의 다음 회 필기를 면제한다고 정해져 있어요. 딱 한 번입니다.

어떤 자격증인가

동물보호법 제31조에 근거를 둔 국가자격입니다. 2024년에 처음 생겼으니 이제 3년 차예요. 법이 정한 이 사람의 일은 네 가지입니다.

  • 반려동물의 행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
  • 반려동물을 훈련하는 일
  •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교육하는 일
  • 기질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는 일

마지막 항목을 눈여겨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질평가는 맹견으로 분류된 개가 사람과 함께 지내도 되는지를 판정하는 절차인데, 그 위원 자리에 이 자격이 들어가 있어요. 자격증이 서류상의 이름에 그치지 않고 법에 자리를 하나 받아 둔 셈입니다.

등급은 1급과 2급으로 나뉩니다. 2급이 기본적인 지식과 능력, 1급이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에요.

2급은 나이 말고 조건이 없습니다

2급 응시자격은 한 줄입니다. 만 18세 이상. 학력도, 경력도, 관련 전공도 묻지 않습니다. 올해 기준으로는 2008년 7월 10일 이전에 태어난 분이면 됩니다.

1급은 다릅니다. 만 18세 이상이면서 둘 중 하나를 갖춰야 해요.

  • 2급을 딴 뒤 반려동물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일한 경력
  • 반려동물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경력

여기서 말하는 관련 분야는 동물보호법이 정한 동물 관련 영업장, 수의사법에 따른 동물병원 근무, 그리고 봉사동물을 데리고 활동한 경력입니다. 취미로 개를 오래 키운 것은 경력에 안 들어갑니다.

실기에 내 반려견을 데려가야 합니다

제가 가장 놀란 대목이고, 이 글에서 꼭 전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공식 안내문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동행하는 반려견이 없는 경우 필기는 볼 수 있으나 실기는 응시할 수 없다고요. 실기를 못 보면 자격증은 나오지 않습니다.

데려갈 수 있는 개에도 조건이 붙습니다.

  • 응시자 본인 소유이거나, 배우자·부모·자녀 소유여야 합니다. 친구 개나 이웃 개는 안 됩니다.
  • 동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고, 몸에 무선식별장치가 붙어 있어야 합니다. 시험 당일 동물등록증도 가져가야 하고요.
  • 등록은 필기 접수할 때 미리 해야 합니다. 한번 등록하면 실기 때까지 바꿀 수 없어요.

2급 실기는 15분 동안 열 가지를 봅니다. 목줄을 하고 걷기, 걷다가 앉기, 엎드리기, 서기, 부르면 오기, 물건 가져오기, 악수하기, 짖기, 정해진 자리로 가기, 그리고 목줄을 풀고 3분 기다리기. 시험장은 실외이고 가로세로 15미터 정도 되는 공간입니다.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특수한 묘기가 아닙니다. 평소에 손발이 맞는 개와 사람이면 해내는 것들이에요. 다만 간식이나 클리커 같은 훈련 도구는 못 가져갑니다. 간식을 몰래 넣어 가면 부정행위로 처리돼요. 사람 손짓과 말만으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1급은 30분 동안 열세 가지를 보고, 시험장도 가로 50미터 세로 30미터로 훨씬 큽니다. 덤벨을 물어 오고 허들을 넘는 항목까지 들어가요.

필기는 생각보다 문턱이 낮습니다

필기는 1급과 2급이 똑같은 문제를 봅니다. 다섯 과목에서 100문항이 나오고, 한 문항에 5점씩 120분 동안 풉니다.

  • 반려동물 행동학 — 행동의 개념, 발달, 정상행동, 의사소통, 문제행동
  • 반려동물 관리학 — 복지, 영양, 건강, 환경, 운동, 견종 표준
  • 반려동물 훈련학 — 훈련 개념, 학습이론, 훈련원리 활용
  • 직업윤리 및 법률 — 동물보호법, 소비자기본법, 직업윤리
  • 보호자 교육 및 상담 — 보호자 교육 계획과 방법, 고객상담, 위탁서비스

합격선은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각 과목 40점 이상입니다. 한 과목이라도 40점 아래로 떨어지면 평균이 좋아도 탈락이에요.

여기서 바로잡고 갈 게 하나 있습니다. 1급 필기는 평균 80점을 넘어야 한다고 적은 기사들이 있는데, 공식 자격정보시스템의 합격기준 표에는 1급과 2급이 똑같이 60점으로 적혀 있습니다. 실기도 둘 다 60점이고요. 등급 차이는 점수가 아니라 실기 과제의 어려움과 응시자격에서 갈립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

작년 시험 결과를 보면 이 자격증의 성격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2025년 제2회 결과입니다.

  • 필기는 589명이 봐서 529명이 붙었습니다. 89.8퍼센트예요.
  • 실기는 681명이 봐서 278명이 최종 합격했습니다. 40.8퍼센트입니다.
  • 그중 1급은 11명이 봐서 4명이 붙었어요.

필기에서는 열에 아홉이 붙고, 실기에서 절반 넘게 떨어집니다. 이 자격증의 진짜 관문이 어디인지 숫자가 대신 말해 주고 있어요. 책상에서 외우는 시험이 아니라 개와 손발을 맞춰 온 시간을 보는 시험이라는 뜻입니다.

실기 응시자가 필기 합격자보다 많은 게 이상해 보이실 텐데, 앞서 말한 필기 면제자들이 합류하기 때문입니다.

1급 합격자가 지금까지 전국에 네 명이라는 것도 짚어 두겠습니다. 2024년에 2급으로 시작해 작년에 1급이 신설됐으니, 아직 문이 열린 지 얼마 안 된 자격입니다.

돈은 얼마나 드나

구분 응시료
필기 50,000원
실기 150,000원
합계 200,000원

1급과 2급이 같습니다. 실기가 세 배 비싼 게 눈에 띄는데, 시험장을 넓게 잡고 개별 평가를 하니 그럴 만합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 대상자는 필기와 실기 각각 절반을 감면받습니다. 필기 2만 5천 원, 실기 7만 5천 원이 되는 셈이에요. 다만 방식이 조금 번거롭습니다. 접수할 때 감면 신청과 증빙서류를 함께 올리고, 일단 전액을 낸 뒤에 확인이 되면 돌려받는 식입니다. 접수 기간이 지나면 신청을 못 받아 주니 접수할 때 같이 처리하셔야 합니다.

환불 기준도 미리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접수 기간 안에 취소하면 전액, 기간이 지난 뒤 취소하면 절반입니다. 필기 시작 5일 전부터는 아예 돌려받을 수 없어요.

합격한 뒤 자격증 발급은 무료입니다.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본인이 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이라 발급 수수료가 없어요.

따고 나면 어디서 일하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자격증의 취업률이나 평균 소득을 보여 주는 통계는 아직 없습니다. 도입 3년 차이고 합격자가 전국에 900명 안팎이니 통계가 쌓일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정부가 밝힌 활동 분야까지만 옮기겠습니다.

농식품부는 합격자들이 반려동물 교육훈련센터, 동물보호소, 위탁관리 시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앞서 본 기질평가위원 자리가 더해집니다.

제 눈에 들어온 건 뒤쪽입니다. 지자체 사업이라는 말이요. 요즘 시군구마다 반려동물 놀이터, 입양 지원, 보호자 교육 같은 사업이 늘고 있는데 그런 자리에 자격 요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가능성이지 확정된 채용 경로가 아니에요. 사는 지역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반려동물 관련 공고가 실제로 나오는지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한 가지 더. 자격을 따고 나면 지켜야 할 선도 생깁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보호자에게 필요 없는 서비스를 권하거나 강요하면 자격이 취소될 수 있고, 자격증을 남에게 빌려줘도 취소됩니다.

제가 알아보며 든 생각

이 자격증은 지금 개를 키우고 계신 분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실기에 데려갈 개가 있어야 하고, 그 개와 손발이 맞아야 붙으니까요. 반대로 개를 키우지 않는 분이 노후 일거리로 삼겠다고 뛰어들기에는 출발선부터 불리합니다. 필기까지는 갈 수 있어도 그 앞에서 멈추게 되거든요.

생계로 삼는 문제는 조심스럽습니다. 나무의사 자격증, 합격률 4%를 뚫고도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 이 자격증을 짧게 다루면서 선점 가치는 있어도 생계로 삼기엔 이르다고 썼는데, 자료를 더 들여다본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합격자 900명 규모에서는 시장이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에요.

그래도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우리 집 개와 산책하며 기다리기와 부르기를 연습하고, 20만 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가 붙으면 내년 5월 말 공고를 기다리겠어요. 자격이 돈이 되기 전에도, 개와 사람이 서로 편해지는 것만으로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급은 나이 말고 조건이 없고, 필기는 열에 아홉이 붙고, 진짜 관문은 개와 함께 서는 15분입니다. 올해 접수는 지났으니 내년 5월 말 공고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 사이에 할 일은 하나예요. 우리 집 개와 목줄 없이 3분 기다리기를 해 보는 것. 그게 되면 나머지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