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받아 봤는데 생각보다 적게 나온 적,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 금액을 누가 정하는지 따져 보면 손해사정사가 나옵니다.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약관을 뒤져서 얼마를 줘야 하는지 계산하는 사람이에요.
이 자격이 요즘 50대 사이에서 심심찮게 이야기됩니다. 나이 제한이 없고, 붙으면 회사에 들어가거나 직접 사무실을 낼 수 있으니까요. 다만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건 아닙니다. 시험 제도부터 일정까지, 금융감독원 공고문을 펴 놓고 정리했습니다.
손해사정사가 하는 일
업무가 법에 적혀 있습니다. 보험업법 제188조가 다섯 가지를 열거해요.
- 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
- 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성 판단
-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
- 위 업무와 관련된 서류의 작성·제출 대행
- 위 업무와 관련해 보험회사에 의견을 진술하는 일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사고가 났다, 이게 약관에서 보상되는 사고가 맞나, 그러면 얼마인가. 이 셋을 따져서 근거를 만들고 보험사에 말하는 자리예요. 은행 창구에서 서류를 심사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감이 옵니다.
일하는 형태는 셋으로 갈립니다. 보험회사에 소속돼 일하면 고용손해사정사, 직접 사무실을 열면 독립손해사정사, 독립 중에 보험사에서 일을 위탁받아 하면 선임손해사정사입니다. 요즘 광고에서 보이는 ‘보험금 청구 대신 해드립니다’ 쪽이 독립손해사정사입니다.
종목이 셋이라 어디로 갈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손해사정사는 하나가 아닙니다. 재물, 차량, 신체 셋으로 나뉘고 시험도 따로 봅니다. 재물은 화재·해상·기술보험, 차량은 자동차 파손과 정비, 신체는 사람이 다치거나 아픈 경우를 다뤄요.
2026년 제49회 시험의 2차 선발예정인원을 보면 어디에 자리가 있는지가 바로 보입니다.
- 재물 60명 — 다만 1차에서 영어 공인성적이 있어야 합니다
- 차량 100명
- 신체 340명
셋을 합치면 500명인데 신체가 340명, 그러니까 열에 일곱입니다. 실손보험이나 상해보험 보험금을 두고 다투는 일이 많으니 시장도 거기 몰려 있어요. 처음 시작하는 분이 신체를 많이 고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재물은 1차 영어 과목을 공인 성적으로 채워야 합니다. 일반 응시자 기준으로 토익 700점, 텝스 340점, 토플은 지필 530점 또는 인터넷 71점, 지텔프 65점(레벨2), 플렉스 625점이에요. 영어를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됐다면 이 한 줄이 종목 선택을 대신 정해 줍니다.
참고로 세 종목을 다 가진 사람을 종합손해사정사라 부르기도 하는데, 공식 자격 이름은 아닙니다. 그냥 부르는 말이에요.
1차는 나이도 학력도 묻지 않습니다
공고문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제1차 시험은 학력, 성별, 연령, 경력, 국적 등에 관한 일체 제한이 없음. 예순이어도, 고졸이어도 원서를 냅니다.
2차는 조건이 붙습니다. 셋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해요.
- 해당 종목 1차 시험에 붙은 사람. 이때 1차 합격은 그해와 다음 해까지 두 번 쓸 수 있습니다. 2026년 2차는 제48회 또는 제49회 1차 합격자가 응시 대상이었어요.
- 손해사정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경력자. 이 경우 1차가 아예 면제됩니다.
- 다른 종목의 손해사정사 자격이 있는 사람.
두 번째 조항을 눈여겨보세요. 보험업법 시행규칙 제53조가 인정하는 곳은 손해보험회사, 손해보험협회, 한국화재보험협회, 손해사정을 업으로 하는 법인입니다. 신체 종목이라면 생명보험회사와 생명보험협회도 들어가요. 보험사에서 오래 일하다 나오신 분이라면 1차를 건너뛰고 2차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 제일 값진 한 줄이 이겁니다.
다만 여기엔 놓치기 쉬운 절차가 하나 붙습니다. 경력으로 1차를 면제받으려면 2차 원서접수와는 별도로 경력면제서류를 미리 등록해야 해요. 인터넷으로 경력사항을 등록하고, 업무경력확인서와 재직증명서 원본을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2026년에는 그 기간이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였습니다. 2차 접수(6월 9일~12일)보다 여섯 주쯤 앞서 닫히는 셈이죠. 이 창을 놓치면 인터넷 접수가 막히고 서면 접수만 남습니다. 경력으로 가실 분은 2차 접수일이 아니라 이 사전 등록 마감일을 달력에 적어 두세요.
시험 과목과 시간
1차는 객관식 4지선다입니다. 오전 10시부터 11시 20분까지 80분 동안 보험업법과 보험계약법(상법 중 보험편)을 보고, 11시 50분부터 40분 동안 손해사정이론을 봅니다. 오전에 끝나요.
2차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논문형입니다. 약술형이나 주관식 풀이형으로 답을 직접 써 내려가야 해요. 과목은 종목마다 다릅니다.
- 재물 — 회계원리 / 해상보험의 이론과 실무 / 책임·화재·기술보험 등의 이론과 실무
- 차량 — 자동차보험의 이론과 실무(대물배상 및 차량손해) / 자동차 구조 및 정비이론과 실무
- 신체 — 의학이론 / 책임·근로자재해보상보험의 이론과 실무 / 제3보험의 이론과 실무 / 자동차보험의 이론과 실무(대인배상 및 자기신체손해)
한 교시가 90분입니다. 신체는 네 교시라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5시 40분에 끝나요. 하루 종일 손으로 답안을 쓰는 시험입니다. 쉰을 넘기면 손목과 허리가 먼저 신호를 보내는데, 이 부분은 공부 계획에 넣어 두시는 게 좋습니다.
계산기는 재물 2차의 회계원리 과목에서만 쓸 수 있고, 그것도 저장 기능이 없는 단순계산기여야 합니다.
시험 일정 — 2026년 제49회 기준
가장 최근 회차인 제49회 일정을 그대로 옮깁니다.
| 구분 | 날짜 |
|---|---|
| 시행계획 공고 | 2026년 1월 9일 |
| 1차 원서접수 | 2026년 2월 24일~27일 |
| 1차 시험 | 2026년 4월 12일 |
| 1차 합격 발표 | 2026년 5월 29일 |
| 2차 원서접수 | 2026년 6월 9일~12일 |
| 2차 시험 | 2026년 7월 26일 |
| 2차 합격 발표 | 2026년 9월 18일 |
여기까지가 2026년 제49회입니다. 2027년 제50회 일정은 아직 공고되지 않았어요. 다만 흐름은 매년 비슷합니다. 1월 초에 시행계획이 공고되고, 2월 말에 1차 원서를 받고, 4월 중순에 1차를 치릅니다. 지금 시작하는 분이라면 2027년 초 공고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그림이 됩니다. 확정 날짜는 보험개발원 보험전문인시험 누리집(certi.kidi.or.kr)의 시행계획 공고에서 확인하세요.
알아 두면 좋은 실무 사항 몇 가지입니다.
- 시험장은 서울특별시 안에만 있습니다. 지방에 사신다면 하루 이동과 숙박까지 계산에 넣으세요.
- 접수는 인터넷이나 등기우편으로만 합니다. 찾아가서 내는 방문접수는 안 됩니다.
- 응시료는 1차 3만 원, 2차 5만 원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은 감면받습니다.
- 접수 마감일부터 시험 15일 전까지 취소하면 응시료를 전액 돌려받고, 14일 전부터 전날까지 취소하면 절반을 돌려받습니다.
합격률을 보면 난이도가 짐작됩니다
2025년 제48회 숫자입니다.
- 신체 — 1차 6,913명 중 2,423명 합격(35.0%), 2차 2,621명 중 345명 합격(13.2%)
- 차량 — 2차 590명 중 111명 합격(18.8%)
- 재물 — 1차 438명 중 227명 합격(51.8%), 2차 446명 중 50명 합격(11.2%)
1차는 셋에 하나꼴로 붙는데 2차는 열에 한둘입니다. 이 시험의 무게가 어디에 있는지 숫자가 말해 주죠. 2024년과 견주면 차량은 비슷한데 신체는 15.2%에서 13.2%로, 재물은 12.9%에서 11.2%로 내려갔습니다.
합격 기준은 1차와 2차 모두 매과목 40점 이상에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입니다. 다만 2차는 선발예정인원을 공고하면 40점 이상 받은 사람 중에서 총점이 높은 순으로 자릅니다. 평균 60점을 넘겨도 인원에 밀리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대목을 짚겠습니다. ’60점 넘긴 과목은 5년간 유효하다’는 과목 유예 규정이 있는데, 그건 보험계리사 이야기입니다. 손해사정사에는 없어요. 공고문 표에서 두 자격의 행이 다릅니다. 이걸 섞어 적은 글이 인터넷에 꽤 있어 미리 갈라 둡니다.
붙고 나서 여섯 달이 더 있습니다
2차에 합격하면 자격증이 나오는 줄 아시는 분이 많은데, 한 단계가 더 남았습니다. 보험업법 시행규칙 제54조가 정한 실무수습입니다.
기간은 6개월입니다. 수습할 수 있는 곳도 정해져 있어요.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회사, 손해보험협회, 그 밖에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는 기관입니다. 신체 종목이면 생명보험회사와 생명보험협회도 포함됩니다. 이 수습을 마치고 금융감독원에 등록해야 비로소 손해사정사입니다.
면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당 분야 손해사정 관련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으면 수습을 건너뜁니다. 여기서도 보험 쪽 경력이 힘을 씁니다.
직접 사무실을 낼 생각이라면 한 걸음 더 갑니다. 금감원 등록을 마친 뒤 한국손해사정사회의 개업 교육을 거쳐, 손해사정업으로 다시 금감원에 등록해야 합니다. 수습 신청 방법이나 배치 절차 같은 세부 사항은 해마다 바뀌니 한국손해사정사회에 직접 물어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나이 이야기, 솔직하게
2025년 손해사정사 합격자의 연령 분포가 공개돼 있습니다. 25세 이하 16.0%, 26~30세 23.1%, 31~40세 35.2%, 41세 이상 25.7%.
같은 해 보험계리사는 30세 이하가 합격자의 90%였습니다. 두 자격을 나란히 놓으면 손해사정사가 확실히 나이에 덜 매인 시험이라는 게 보입니다.
다만 정확히 말씀드릴 게 있어요. 공개된 구간은 ’41세 이상’까지입니다. 그 안에 50대가 몇 명인지는 발표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넷 중 하나가 마흔을 넘겼다는 사실까지만 참으로 받아들이고, 쉰 넘어서도 넷 중 하나가 붙는다는 뜻으로는 읽지 마세요. 저도 그 숫자를 찾다가 없어서 여기까지만 씁니다.
이 자격을 정리하면서 계속 남은 생각은 문이 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하나는 2차 논문형 시험이고, 다른 하나는 합격 뒤의 실무수습 6개월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힘든지는 사람마다 다를 테니 순위를 매기지 않겠습니다. 다만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두 번째 문을 먼저 들여다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시험은 혼자 힘으로 넘을 수 있지만, 수습은 나를 받아 줄 기관이 있어야 넘습니다.
그래서 저라면 이렇게 나누겠습니다. 보험사나 손해사정법인에서 일해 본 경력이 있는 분에게는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5년 경력이면 1차가 면제되고, 2년 경력이면 수습도 면제됩니다. 두 문 중 하나 반이 이미 열려 있는 셈이에요. 쌓아 온 경력이 자격으로 환산되는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반면 보험과 아무 접점 없이 노후 대비로 시작하시려는 분이라면, 저는 조금 천천히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2차 합격률이 열에 한둘이고, 붙어도 수습 자리를 구해야 하고, 사무실을 열어도 일감은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과 체력을 크게 쓰는 선택이라 ‘따 두면 언젠가 쓰겠지’로 접근할 자격은 아니에요.
먼저 해볼 일은 따로 있습니다. 손해사정법인 채용 공고를 몇 건 열어 보세요. 어떤 사람을 뽑는지, 신입을 받기는 하는지, 나이대가 어떤지가 거기 다 적혀 있습니다. 자격증을 고르는 순서를 정리한 글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공고를 먼저 보고 자격을 고르는 순서가 결국 시간을 아낍니다.
정리하면
손해사정사는 보험금을 따지는 전문 자격이고, 1차 시험은 나이도 학력도 묻지 않습니다. 종목은 셋인데 자리는 신체에 몰려 있고, 재물은 영어가 필요합니다. 시험은 해마다 한 번, 1월 초에 공고가 나옵니다. 2차 논문형에서 열에 한둘이 붙고, 붙은 뒤에도 6개월 실무수습이 남습니다.
보험 쪽 경력이 있으시다면 오늘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내 경력이 시행규칙 제53조가 말하는 기관에서 손해사정 관련 업무로 5년을 채우는지. 채운다면 1차가 면제되고 2차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길로 가실 거라면 2차 접수일보다 경력면제서류 사전 등록 기간을 먼저 챙기세요. 확인은 보험개발원 보험전문인시험 누리집(certi.kidi.or.kr)의 시행계획 공고와 경력면제 안내에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이 글의 일정과 과목, 인원, 수수료는 금융감독원이 2026년 1월 9일 공고한 『2026년도 제49회 보험계리사 및 손해사정사 시험 시행계획 공고』에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해마다 바뀌는 부분이 있으니 원서를 넣기 전에 그해 공고를 한 번 더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