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병원 가기가 버거운 분을 대신 모시고 다녀오는 일이 있습니다. 접수하고,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고, 수납하고, 약국까지 들렀다가 집에 모셔다 드리는 일이요.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병원동행매니저라고 부릅니다.
요즘 이 이름으로 자격증 광고가 부쩍 늘었습니다. 무료로 들으라는 말도 많고요. 그래서 자격증을 관리하는 정부 쪽 사이트를 열어 이름 그대로 검색해 봤습니다. 2026년 7월 26일 아침에 세어 보니 371이었습니다.
검색창에 이름을 넣어 봤습니다
민간자격 정보서비스(pqi.or.kr)라는 곳이 있습니다. 교육부가 맡기고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운영하는 사이트예요.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만든 자격증은 전부 여기에 등록하게 돼 있습니다.
자격명 칸에 병원동행매니저를 넣고 검색을 눌렀더니 이렇게 나왔습니다.

글씨가 작으면 그림을 한 번 누르세요. 큰 화면으로 열립니다.
총 371건, 38페이지입니다. 자격증 종류가 371가지라는 뜻이 아니에요. 이름은 똑같이 병원동행매니저인데 그걸 만들어 등록한 곳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등록번호가 전부 다르고, 관리하는 기관 이름도 전부 다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늘었나 궁금해서 등록 연도별로 다시 세어 봤습니다.
| 등록 연도 | 새로 등록된 수 |
|---|---|
| 2022년 | 3개 |
| 2023년 | 14개 |
| 2024년 | 94개 |
| 2025년 | 155개 |
| 2026년 | 105개 |
2026년 숫자는 7월까지만 센 것입니다. 반년 좀 넘는 동안 105개가 새로 생겼으니 이틀에 하나꼴이에요. 2022년에 세 곳으로 시작한 것이 4년 만에 이렇게 됐습니다.
이 사이트가 검색 결과 위에 직접 적어 둔 안내 문구가 있습니다.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동일 명칭의 자격 및 기관이 다수 존재할 수 있으니, 반드시 자격의 등록번호 및 기관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등록과 공인은 다른 말입니다
여기서 말이 헷갈리기 쉬운데, 두 낱말을 갈라 두겠습니다. 자격기본법이라는 법에 뜻이 적혀 있습니다.
- 등록자격 — 만든 사람이 담당 부처에 신고해 등록해 둔 자격
- 공인자격 — 그 위에, 담당 부처가 따로 심사해서 인정해 준 자격
같은 법 제17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국가 외의 법인이나 단체 또는 개인은 누구든지 민간자격을 신설해 관리·운영할 수 있다. 개인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에요. 실제로 검색 결과의 기관 유형 칸을 보면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라고 적힌 곳이 여럿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서 하나 더 확인했습니다. 검색 조건을 공인으로 바꾸고 병원동행으로 다시 찾아봤어요. 0건이었습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른 것까지 합하면 병원동행이 들어간 자격은 415개인데, 그 가운데 나라가 공인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건 흠을 잡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등록만 된 자격도 교육 내용이 알찰 수 있어요. 다만 광고에서 정식 등록이라거나 보건복지부라는 말을 보셨을 때, 그게 나라가 검증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그러면 이 자격증으로 일자리를 얻나
제일 궁금한 대목이지요. 자격증 소개 페이지 말고 사람을 실제로 뽑는 쪽 공고를 찾아봤습니다.
서울시가 하는 병원안심동행서비스가 이 일의 대표 격입니다. 2021년 11월에 시작했어요. 이런 동행 서비스를 하는 업체 한 곳이 동행매니저를 모집하면서 홈페이지에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자격 중 1개 이상 자격증을 필수로 보유하셔야 하며 (병원동행매니저 자격증만 보유시 지원불가)
괄호 안 여덟 글자가 이 자격증의 자리를 한 줄로 말해 줍니다. 면접에 붙은 다음에도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증을 내야 한다고 덧붙여 놨고요. 이 교육은 구청이나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가 여는 병원동행매니저 양성 교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상이 만 50세 이상 서울 거주 구직 등록자인데,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간호사·간호조무사·장애인활동보조인 가운데 하나가 이미 있어야 들을 수 있습니다. 공공에서 무료로 해 주는 교육조차 국가자격을 먼저 봅니다.
다만 아무 쓸모가 없다고 쓰면 거짓말입니다
반대 사례도 찾았기 때문에 같이 적습니다. 부산동래지역자활센터가 병원안심동행과 퇴원환자 돌봄 사업에 사람을 뽑으면서 낸 공고를 보면,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만 맞으면 지원할 수 있게 해 놨습니다.
- 요양보호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자격을 가진 사람
- 장애인활동지원 교육이나 병원동행매니저 교육을 수료한 사람
- 비슷한 경력이 있고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
두 번째 줄에 병원동행매니저가 들어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도 조건은 자격증이 아니라 교육 수료입니다. 그리고 첫 줄은 여전히 요양보호사예요. 2024년 공고였고 시급은 9,860원 이상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자격증이 문을 열어 주는 자리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문은 좁고, 요양보호사가 열어 주는 문은 넓습니다.
무료라는 말과 실제로 드는 돈
광고에는 수강료 무료, 전액 지원이라는 말이 크게 붙어 있습니다. 그 말 자체는 대체로 사실이었어요. 강의는 정말 공짜로 들을 수 있습니다.
돈은 그다음에 듭니다. 교육원 네 곳의 안내 페이지를 열어 확인해 보니 자격증 발급비가 이랬습니다.
- 첫 번째 곳 — 8만 원
- 두 번째 곳 — 8만 원
- 세 번째 곳 — 8만 원
- 네 번째 곳 — 9만 원
그중 두 곳은 수강료와 응시료는 무료이고 발급비만 8만 원이라고 나란히 적어 놨습니다. 강의를 다 듣고 시험에 붙어도 그 돈을 내지 않으면 자격증은 손에 들어오지 않아요. 다섯 번째로 열어 본 곳은 금액이 아예 안 적혀 있고 발급 비용은 개별 부담이라고만 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도 있습니다. 용인시는 시민 누구나 병원동행매니저 자격증을 무료로 따라며 5주짜리 과정을 열었습니다. 노원구 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도 양성과정을 열고 있고요. 지자체나 어르신일자리센터에서 같은 이름의 과정이 수시로 열리니, 8만 원을 내기 전에 사시는 구청 홈페이지부터 한번 보시는 게 순서입니다.
광고를 볼 때 확인할 네 가지
이건 제 잔소리가 아니라 법에 적힌 내용입니다. 자격기본법 제33조와 시행령이 자격증을 광고할 때 반드시 표시하라고 정해 둔 것들이에요. 이 넷이 화면에 없으면 그 자체로 이상한 광고입니다.
- 등록번호 — 2022-003697처럼 연도와 번호가 붙은 형태
- 그 자격을 관리·발급하는 기관 이름과 전화번호
- 자격을 따는 데 드는 총비용과 항목별 금액, 그리고 환불 기준
- 등록자격은 공인자격이 아니라는 내용
네 번째 문장은 실제로 교육원 페이지 맨 아래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상기 민간자격은 자격기본법 규정에 따라 등록한 민간자격으로,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공인자격이 아닙니다. 글씨가 작아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이 문장이 있다는 건 그 교육원이 법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법은 공인받지 않은 자격을 공인받은 것처럼 광고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국가 공인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면 그건 확인해 볼 대목이에요.
등록번호를 직접 확인하는 법
어렵지 않습니다. 3분이면 됩니다.
- 인터넷 주소창에
pqi.or.kr을 칩니다. - 위쪽 메뉴에서 자격정보를 누르고, 그 아래 민간자격 검색을 누릅니다.
- 자격명 칸에 병원동행매니저를 넣고 오른쪽 파란 검색 단추를 누릅니다.
- 목록이 뜨면 광고에서 본 등록번호를 찾습니다. 왼쪽 첫 칸이 등록번호입니다.
- 자격명을 누르면 관리 기관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가 나옵니다.
여기서 볼 것은 두 가지입니다. 광고에 적힌 등록번호가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그 번호에 딸린 기관 이름이 광고를 낸 곳과 같은지. 이름이 다르면 광고주와 발급기관이 다른 경우인데, 그럴 때는 두 곳의 전화번호를 다 표시하게 돼 있습니다.
구분 칸이 등록인지 공인인지도 여기서 보입니다. 병원동행매니저는 지금까지는 전부 등록입니다.
이 일 자체는 앞으로 더 필요해질 겁니다. 서울시 서비스만 봐도 이용료가 시간당 5,000원이고 중위소득 100% 이하는 1년에 48번까지 무료예요. 혼자 사시는 분이 늘고 자녀는 멀리 있으니, 병원에 같이 가 줄 사람을 찾는 수요는 줄어들 리가 없습니다.
다만 그 일자리로 들어가는 문은 요양보호사 쪽에 나 있습니다. 저라면 순서를 이렇게 잡겠습니다. 요양보호사를 먼저 따고, 병원동행 교육은 지자체나 어르신일자리센터에서 열리는 무료 과정으로 듣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자격증 형태로 하나 더 갖고 싶다면, 그때 8만 원을 쓸지 말지 정하면 됩니다. 순서만 바꿔도 8만 원과 몇 달을 아낍니다.
요양보호사를 어떻게 따는지는 요양보호사 교육 320시간, 다 들어도 자격증은 나오지 않습니다에 절차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민간자격이 왜 이렇게 많은지, 그 전체 그림은 50대 자격증, 다들 지게차 딸 때 취업은 이 자격이 됩니다에서 다뤘고요.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면, 교육 내용까지 쓸모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노인의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큰 병원 접수와 검사 동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는 건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우리 나이대에 그대로 쓰입니다. 다만 그건 자격증값이 아니라 강의값이고, 강의는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병원동행매니저는 나라가 공인한 자격이 아니라 등록된 민간자격이고, 같은 이름으로 371곳이 등록돼 있습니다. 사람을 뽑는 쪽은 요양보호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을 먼저 봅니다. 강의는 무료지만 자격증을 받으려면 8만 원 안팎이 들고, 같은 교육을 무료로 해 주는 지자체 과정도 있어요.
혹시 지금 광고 페이지를 열어 두고 계신다면, 신청 단추를 누르기 전에 등록번호 한 줄만 옮겨 적어서 pqi.or.kr에 넣어 보세요. 3분이면 끝나는데 그 3분이 8만 원을 지켜 줍니다.